[스크랩] 문정희 - 거웃

2008. 8. 13. 17:49아름다운 세상(펌)/고운시

거웃 

 

마지막으로 아래 털을 깎이웠다

 

초경과 함께

수풀처럼 돋아난 거웃을

뱀의 비늘 같이 차가운 면도날이

스웃스웃

지나간 후

나는 털 없는 여자가 되었다

 

드디어 철침대의 바퀴는

서서히 굴러

수술실이라 쓰인 문 안으로

들어갔다

 

자, 뭐냐?

이제 남은 것은?

오오, 몸서리친 한 덩어리 고기

곧 핏물을 흥건히 내뿜으리라

 

고무장갑과 칼과 핀셋이

신과 심각한 의논을 한 다음

 

오직 공포 한 마리가

처절한 짐승처럼

한 생명을 지키고 있으리라

 

 

-시작 (2006년 봄호)

 

출처 : 碧 空 無 限
글쓴이 : 언덕에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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