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문예진흥기금에 관한 소감(한국문인회 사랑방 계시판에서)

2008. 3. 27. 17:25아름다운 세상(펌)/고운글(펌)

문예진흥기금에 관한 소감
등록자명 : 황원갑 조회 (344), 댓글 (12), 추천(5) 등록일자 : 2008-01-04 16:57
홈페이지 : 없음,   참조 : 없음,   첨부파일 : 없음

우리나라의 문인들은 대체로 가난하다. 절대다수의 문인은 늘 배가 고프다. 벌이가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원고료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글만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문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책이 많이 팔리거나 연재소설을 쓰지 않고는 먹고 살기 힘들다. 잘 사는 문인은 양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찾아보기 드물다.

2006년 6월 현재 한국문인협회에 등록된 문인은 7,800여 명. 이를 분야별로 보면 시인이 가장 많은 3,500명이고, 이어서 수필가 2,000명, 아동문학가 800명, 소설가 700명, 시조시인 600명, 평론가 150명, 희곡작가 120명, 번역가 40명 등이다. 그리고 한국문인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문인도 많다.
하지만 이처럼 ‘등록된’ 문인 7,800명 가운데서 오로지 원고료와 인지세 수입만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그럼 나머지 대다수 문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아니, 어떻게 연명하며 생존해가고 있는가. 물려받은 재산이 있거나, 돈버는 남편이나 부모를 둔 일부 여성 문인을 제외하면 절대다수의 문인이 시나 소설 같은 작품을 팔기보다는 다른 일거리와 일자리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 가운데는 공무원도 있고, 교사(교수)도 있고, 회사원도 있고, 사업가와 농부도 있다. 더러는 의사․변호사․법무사․세무사처럼 비교적 안정되고 수입이 괜찮은 직업도 있다. 그러나 직업이 없는 문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게다가 벌어놓은 돈도 없이 나이 먹고 병든 딱한 형편의 문인이 너무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지원이 충분한가 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친정부적인 시민단체나 운동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금전적․제도적 혜택에 비하면 문인들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예진흥위원회를 통한 지원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정말로 가난한 문인 대다수에게는 하늘의 별따기요, 그림의 떡이나 언 발에 오줌누기나 마찬가지다. 또 그것도 이른바 '시대정신'에 맞는 단체에 편중지원된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이것이 21세기에 들어서서 해가 벌써 여섯 번이나 바뀐 오늘 우리나라 문학계의 참담하고 암울한 현실이다. 이는 비단 문학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계 전체가 처한 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인들을 이렇게 푸대접하면서도 어떻게 5천년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문화민족이니 문화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문화정책 담당자의 얼굴이 두꺼워도 그런 말을 감히 입에 담지는 못할 것이다. 문예진흥위 관계자들의 입에 참기름을 발랐다고 해도 그런 소리가 매끄럽게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들이, 시인들이 마냥 손놓고 앉아서 글을 전혀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문학예술의 발전과 국민의 정서 함양을 위해, 또 자기 존재의 확인을 위해 쓰기는 열심히 쓰지만 발표할 지면이 턱없이 모자란다.
그런데, 달마다 발행되는 문학잡지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면이 형편없이 부족하다. 등록된 문인만 해도 8,000명에 이르니 문학잡지가 달마다 수백 가지가 나와도 발표지면이 항상 모자라기 마련인 것이다. 한국소설가협회에 가입된 회원 700여 명 가운데 정상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는 1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 100명이 월간 ‘한국소설’에 작품 한 편을 발표하려면 몇 년씩 기다려야 한다. 발표 기회를 얻기 힘든 것은 ‘월간문학’이나 다른 종합 문예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제법 이름깨나 알려졌다는 문학지는 상업성이 있는 작가, 그것도 주로 젊은 여성작가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는, 그야말로 상업적인, 비문화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그런 이름깨나 알려진 문학잡지는 원고료를 200자 원고지 1장당 1만 원 정도는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문인 단체의 대표인 한국문인협회가 발행하는 ‘월간문학’의 원고료를 살펴보면 한 마디로 말해서 기가 막히다. 문협은 원고료를 등단 1년부터 10년까지 신인, 11년부터 40년까지 중견, 41년 이상 원로로 3등분하여 지급하는데, 시․시조․동시 등 운문은 신인은 편당 2만 원, 중견은 3만 원, 원로는 4만 원을 준다. 소설과 희곡 등은 신인 12만 원, 중견 18만 원, 원로 24만 원이다. 등단한 지 40년이 넘은 원로 소설가가 70장짜리 단편소설을 한 편 써서 ‘월간 문학’에 실리면 24만 원의 ‘거금’을 받는 것이다!

소설가 단체의 대표인 한국소설가협회의 사정도 별 차이가 없다. 한국소설가협회에서 펴내는 ‘한국소설’의 원고료는 신인이건 원로건 구분 없이 무조건 편당 20만 원이다. 그나마도 몇 해에 한 차례씩 작품 발표의 기회가 생긴 것이 이 모양이다. 필자의 경우 2년간의 연회비를 제외하면 병원비가 단 한 푼도 남는 것이 없으니 받으나 마나다. 병원에는 몇 년 만에 한 번씩 가나! 매달 가는데 그 돈은 복권에 당첨이라도 되어야 해결된단 말이지 뭔가! 이러니 문인들의 형편을 두고 ‘참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기막힌, 웃지 못 할 ‘점입가관’의 비극이 있으니, 그것은 대부분의 문예지가 원고료를 한 푼도 안 준다는 점이다. 잡지사의 말로는 안주는 것이 아니라 못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원고료도 못주는 잡지는 무엇 때문에 찍어내는가. 필자가 10여 년 전 신문기자 시절에 듣기에는 소설가니 시인이니 하는 문인이란 칭호에 걸신들린 예비 문인들이 원고료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작품을 뽑아주고 실어주는 대신 잡지를 몇 백부씩 산다는 것이다. 이런 장삿속이 사실이라면 이런 식으로 양산되는 소설가․시인들의 작품이 오죽하랴!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실력(글재주)은 없으나 문인은 되고 싶어서 자기 돈으로 시집이나 소설집을 출판한 일부 극소수 시인, 소설가들도 사이비 소리를 듣기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기업가들에게도 바란다. 썩어빠진 정치인들에게 밑도 끝도 없이 정치자금을 쏟아붓거나, 정부나 그 누구의 압력에 따라 무작정 퍼주기나 하지 말고 우리나라 문화와 문학의 발전, 불우한 문인들의 생계를 위해서도 신경 써주고 기여하기 바란다.월간문학이나 한국소설에 그대들의 광고 한 편 나간 적이 있는가!
덧붙이건대 한국문인협회를 비롯한 각종 문인단체는 자력갱생이 무망한 만큼 정부 당국의 지원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주기 바란다. 회원들의 권익 증대, 특히 원고료 증액에 집행부의 수장과 임원들이 보다 많은 활약을 펼쳐주기 바란다.

출처 : prettykslee
글쓴이 : 애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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