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어느 인디언 소녀의 소원과 나

麗尾박인태행정사 2019. 3. 11. 15:38

어느 인디언 소녀의 소원과 나

 

                            麗尾박인태

 

옛날 옛적

아즈텍 나라 어느 인디언 소녀가

태양을 바라보며 간절히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요

기도하다 죽었다.

 

너무 박색이다.

기도를 듣고 있던 태양신이 중얼거리며

인디언 소녀가 묻힌 땅에 빛을 내렸다.

반짝이는 잎과 튼튼한 줄기

매력적인 분홍 화관을 쓴 식물이 돋아났다

 

신은 약속했다.

무수한 사내들이 아름다운 꽃잎에 키스 하리라

꽃으로 사랑 받으라는 신의 뜻과 다르게

꽃대가 잘려지며 하얀 피눈물을 뚝뚝 흘려도

세상 남자들은 꽃보다 잎에 정신을 놓았다

 

 

그래서 나도 당신에게로 갔다

불꽃같은 이파리에 키스하며 연기에 취하면

가끔 천사를 만나게 도와주며

외로움을 달래주는 귀한 친구도 되었다

 

소녀여 그대의 기도대로

세상 사내들이 주둥이를 내밀고 당신과 키스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러나 달콤한 키스에 빠져

스스로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을 때

그대를 악마라고 원망하지 않도록

이제 나를 당신의 키스에서 놓아 주소서

오랫동안 그댈 사랑했음을 잊진 않으리다.

 

-- 20190311 금연을 결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