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스크랩] 월간문학 통권587호(2018-01호)

麗尾박인태행정사 2018. 1. 10. 10:59

 

폭설 오는 밤의 환상

 

 

                                麗尾박인태

 

까만 스크린 위에서

보송한 무수의 오리 가슴 털 송이가

산란하는 영사기의 빛처럼

가슴 설레며 외우던 명시처럼 내려온다.

 

창을 열고 특정하지 못하는

따뜻한 그의 손을 와락 잡는다.

이런 날 둘은 완전한 벌거숭이 되어

눈 내리는 까만 밤 풍경과 하나가 되고 싶다.

보드란 것이 살갗에 잠시 머물다 녹아내리면

몸은 부비며 서로를 껴안을 것이다

 

눈을 뜨면

눈밭에 무정형의 발자국을 지그재그로

꿈에서 푸석 푸석 멀어져 간다.

사랑해서 찾아왔다는 그 말이 좋았는데

연기 같은 노란 종이를 주섬주섬 달고서

하얀 방패연처럼 미련 없이 하늘로

현란한 장막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두 개의 긴 꼬리 끌린 흔적은 아직 남았는데

손에 쥔 가는 연줄은 끊어져 흐느적거린다.

 

실체가 있거나 없거나

손에 잡히거나 잡히지 않거나

눈 내리는 밤은 어지러운 틴들현상이 존재한다.

내일이면 그 흔적은 잊혀 질 환상이지만

가끔은 꿈처럼 가슴은 먹먹할 것이다.

 

 

출처 : 팔도 문학
글쓴이 : 麗尾 박인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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