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성추행범이 되다

麗尾박인태행정사 2017. 7. 26. 17:54

 

성추행범이 되다

 

                                      麗尾박인태

 

지인의 댁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주인이 좀 늦는다는 기별에 마당을 서성이는데

 

마당에 서 있는 우아한 자태의 그녀를 발견했다

보일 듯 말 듯 미소와

손님에 대한 호기심인지 고개를 가우뚱하며

혀를 내밀어 입술에 살짝 침을 바르는 모습에

나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오해하고

그녀 곁으로 살며시 다가갔다

고개를 살짝 숙인 수줍은 표정으로 보아

다정한 인사를 건네면 스킨십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인사합시다.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왜 이러세요. 초면에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 순간 그녀의 태도가 돌변했다

버럭 내 손을 물어뜯기라도 할 듯 펄쩍 뛰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야릇한 미소의 의미는 무엇이며

방금 매몰차게 화를 내는 까닭은 무업니까?

 

이건 성추행이잖아요.”

 

주인이 없다고 저를 성희롱 하려는 당신이야말로

무례하고 신사의 행동이 아니지요.

순간 그녀로부터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나며

미안하다고 두 손을 저으며 변명하려 했으나

그녀는 더욱 맹렬한 적의로 날 노려봤다

일편단심 주인만 바라보며 살아 온 정절을

당신 같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잠시 후 주인이 들어와서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위로하고 나서야

화가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집에서 나오는 시간까지 내내

난 그녀의 눈치를 보느라 진땀을 흘렸다

 

부랴부랴 대문을 나서는데

그녀가 따라 나오며 한마디 쏘아붙였다

똑바로 살아! 멍 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