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스크랩] 술보다 빵이 좋고 커피는 더 좋다.

麗尾박인태행정사 2017. 3. 3. 20:42

술보다 빵이 좋고 커피는 더 좋다.

 

 

                                     麗尾박인태

 

 

주당은

돼지껍데기 같은 술 이야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자정을 채워간다

이제 돌아가자 잠잘 곳으로

갈지 자 걸음 길모퉁이에

달콤한 빵 익은 냄새가 났다.

배가 덜 찬 것도 아니고

술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파리한 불빛이 조는 진열장에는

듬성듬성 덜 팔린 몇 종류의 빵이

지친 하루가 꺼지기를 기다린다.

기실은 술 취해 집에 늦을 때는

잠을 깬 마누라의 입막음을 해야 한다.

빵을 먹으며 해대는 잔소리야

들을만한 달콤한 자장가

 

버릇이란 놈이 얄궂다

몇 번 빵 가게에 드니다 보니

늦은 시간 덤으로 주는 빵이 좋은지

어느새 술꾼은 단골이 되었나 보다

빵 값보다 더 비쌀 것 같은

커피까지 얻어 마시는 날엔

두근두근 심장이 안정되지 않는다.

원두를 갈아 내린 낯 설은 진한 향

구겨진 중년도

그렇게 커피 맛에 익숙해져갔다

 

오늘도

빵을 사기 위해 술을 마시고

커피를 바라며 빵집에 간다.

향기 뭍은 커피 한 잔을 보듬고

쓰디 쓴 뜨거운 맛에 혀를 데이는 중.

 

            ipt 20170302 

 

 

출처 : 팔도 문학
글쓴이 : 麗尾 박인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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