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문향7집 원고(5편)
1.망향수(望鄕樹) 심은 뜻은 / 麗尾박인태
힘들다 버린 고향
허망한 금의환향을 기대하며 살았다.
머리에 서리가 내릴 때까지도
조상 복 없다 푸념하며 살아 온 철부지 삶
곰곰이 생각하니 부모님이 옛집을 남기셨다.
그 곳에 더 귀한 임의 흔적을 남겨보리라
집을 수리하여 “麗尾詩村”이라 이름하고
옛 선비의 기개를 흉내도 내어봤다.
잡귀를 막아내고 평안을 기원한다는
회화나무(槐木) 묘목 세 그루를 심으며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은
곧은 선비로 살아가리라 다짐을 해본다.
나무줄기가 제멋대로 뻗지 않도록 경계하여
주위에 삼씨를 심어 함께 곧게 자라게 하듯
올바른 인재와 벗을 삼아야 하리라.
망향수가 자라 몇 년이 흐른 더운 여름날
나무 가득 나비모양 연노랑 꽃이 필터이니
벗과 그 그늘에 앉아 망향의 심통을 다독여야지.
※ 2016.10.01. “麗尾詩村” 개관 후 회화나무(꽃말 망향) 식재
2. 내 마음 / 麗尾박인태
부러워서
따라하고 싶어서
그러나 그렇게 못해서
심통이 났다.
남처럼 박수를 처야 하는데
뒷짐 진 손이 풀리지 않았다.
슬며시 돌아서는
참으로 못난 나.
3. 하수처리 / 麗尾박인태
걷어냈다
가라앉혔다
앙금을 긁어내려 애를 썼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하고
다시 한 번 가라앉혔다
또 남은 앙금을 긁어내려
윗물을 살며시 흘려보냈다
건져내야 하는 것을 알면서
하수를 쏟아내는 심보
냇물은 언제 맑아지려나.
4. 홍시 / 麗尾박인태
누군가 심어 가꾼 텃밭
울타리를 살짝 넘어 온 가지 끝
터질 듯 홍시에 군침이 흐른다.
이리 저리로 눈치를 보다
나무 가지를 살짝 흔들었다
운 좋게 탐스러운 것이 떨어졌다.
아무도 몰래 훔쳤다 설렜는데
뭉개져 먹기도 어설프다.
아마 밭주인이 눈치체면
몽동이 들고 쫒아올 거다.
5. 탁란[托卵] / 麗尾박인태
붉은무늬오목눈 새는 푸르스름 알록달록한 알을 낳는다.
뻐꾸기도 비슷하게 생긴 큰 알을 오목눈이 둥지에 낳았다.
불량한 새
그 나쁜 놈의 새끼를 키우는 새는
알고 키울까
모르고 키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