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펌)/고운시

[스크랩] 눈이 오고 있다.

麗尾박인태행정사 2014. 7. 3. 16:38

눈이 오고 있다/김문억

 

 

 

눈썹에 눈 찔리고

이빨에 혀 물리고

전표들이 바닥을 치고 상처 입은 나날들

드라이 크리닝 되어 미안하다 말 하네.

 

눈섭에 눈 찔리고 이빨에 혀 물린 일은 내 스스로가 저지른 오류투성이다.

바르게 보아야 할 눈을 스스로 찌르면서 살았다. 바르게 말을 해야 할 혀가 이빨에 끼는 실수를 하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으로도 밥을 씹다가 혀를 깨무는 실수를 한다. 내 스스로가 혀를 깨물다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눈을 찌르는 눈썹을 안과에 가서 억지로 뽑아낸다. 뽑아내서는 안 되는 죄의 들보 같지만 견디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한 꺼플의 죄를 더 덮어 쓴다.

나락으로 떨어진 상처난 전표들이다. 낱장 마다 떨어져 나간 숱한 나날들이 깨끗하게 흰 빛으로 세탁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다. 용서인가 관용인가 다시 써 보라는 백지가 종일 켜켜로 쌓이고 있다. 그래서 눈 오는 날은 모든 서운함도 노여움도 다 덮어두기로 한다. 그 많은 말씀들이 소리 없이 내리는 축복이기 때문이다.

날이 너무 덥다 눈 이야기라도 하고 싶다.

출처 : 김문억 시인의 초정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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