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호랑이 등을 탄 곶감이 된 도둑

麗尾박인태행정사 2013. 3. 27. 14:15

 

호랑이 등을 탄 곶감이 된 도둑

 

                                麗尾박인태

 

나의 고향은

본래 조용한 산동네다

보이는 것은 온통 산이라서

가끔 다람쥐와 산새 몇 마리

저물녘 길 숲을 지나는 비암의 움직임

까만 밤엔 소름 돋는 바람 소리, 그뿐

먹고 싶은 것은

밥 말고 보리쌀 독에 묻어둔 곶감 몇 개

가끔 단 것이 먹고 싶은 막연한 바램

욕심이라야 그 정도가 전부라서

불행이 무언지 몰랐다.

 

나중에 대처로 나가면서

조금씩 욕심이 자라기 시작했다.

단 것이 곶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제일 좋은 탈것이 황소 등도 아니고

자전거도 자동차도 아니고

더 빠른 비행기라는 것을.

본능이 가르쳐주는 대로

더 단 것을 찾아 헤매는 동안

황홀한 신기루만 눈앞에 그렸다.

그래 도둑질만 빼고 열심히 달리는 거야

처음 마음은 그랬는데

서서히 도둑을 닮아가고 있었나 보다.

 

그 후로

산골 집은 마음에서 잊혀갔다

질주하는 무리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빠른 속도를 갈구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고개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내가 호랑이 등을 타고 있다.

내리자니 이놈의 먹이가 될 것 같고

달리자니 그 끝없는 두려움에

짐승의 목덜미를 더욱 움켜쥔 도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