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기억 저편
유년의 기억 저편... 고향
이 나이에 유년을 얼마나 기억하랴마는
그 어릴적
우리 할마이 무릎에 누워 옛날 자미난 이야기를 들을때....
그 길고 춥고... 배고픈 겨울밤도 결코 불행이 뭔지 모르고 지났다.
세상 사람들이 다
점심은 고구마와 거친 김치를 찢어 발라 먹고 사는 것으로 알았고
아침은 보리밥을 먹으니 행복했고
저녁에는 질기디 질긴 갈파래에 통보리를 섞어서 팔팔 끓인 구수한 파래죽이면 족한 줄 알았지
“아가! 마실가서 너무 뛰지 말고... 후딱 들어와 자거라... 배꺼지면 잠 안온단다..”
울 엄니는 늘 이렇게 잔소리을 하시곤 하셨지...
그래서 심하면...
동네 어른들 중엔 어린것들 거리서 서성대면 길다란 장대를 휘들르며
집으로 쫒아 들여 보내는일이 흔하지 않았나
들어가 공부하라고
그때는 그 삼춘이 너무 미워서 돌담장 뒤 침침한 담벼락 밑에 숨어 시발..시발... 온갖욕을 다하며 원망했던 기억
어찌 어린 내가 그 삼춘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었으랴..... 배꺼지지 말라고..
이제 우리 고향에도
예당초 얼굴도 모르는 하납씨들과 그리운 할마이도 이미 이승의 여행을 마쳤으며 나의 기억속의 동네 삼춘들도 이 일부가 이제 고향 어디에서도 뵈이지를 않고 이 질기디 질긴 인연의 여행을 마친지 오래이다.
그래... 우리 조상이 여행을 마치고 누워있는 이 초라한 땅을 우리마져 떠나고 없다.
누가 물어온다 당신은 고향땅을 엄청 사랑하는 것 같다고....
이곳 저곳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고향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니...라구요
아니지라 아....
고개가 절래 절래 흔들어진다.
사실은 고향이 뭔지도 모르요
그냥 나이가 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