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만약에 몰랐다면

麗尾박인태행정사 2010. 1. 24. 13:11

만약에 몰랐다면


                麗尾 박인태


오십이 넘자

나이를 헤아리기 싫어졌다

거울도 보기 싫다

어쩌다 

지나친 거울 속

낯선 이와 친해지기 싫다

만약에

시간을 몰랐다면

늙고 있다고 조바심을 내랴

이렇게 빨리 늙어간다

곧 죽을 거라 두려워할까

왜 어두운 밤길은

그토록 무서우며

새파란 물속은 그리 두려운가?

만약에 

공간을 지각하지 못했다면

아름다움이 무엇이며

더러움이 또 무어며

끝없는 공포와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인가

기쁨과 탐욕의 기운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죄를 내가 몰랐다면

두려움과 기쁨을 알까

죄는 무엇인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왜 알게 되었으며

그로인한 죄를

꼭 알 필요가 무엇인가

만약에 몰랐다면

내게 죄가 없는 것 인가

죄를 모르는데 선은 무엇이며

악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면 무엇을 택할 것인가

무언가를 알게 되면서

시간에 쫒기고 공간에 얽매이고

죄에서 헤매며

영리하지만 교활하게 살다

공포의 시달림 끝

죽음에 이르리니

만약에 몰랐다면

나름 좋은 점도 많으련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순간 다 알아버린 운명이여

벗어나기를 원하는 가

그렇다면

나를 깨우쳐주신 스승을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나 스승은 이미 내 곁에 없다

나의 모든 불필요한 깨우침을 주신

그 스승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도록 하면 될 것이다

결과로 

만약에 몰랐다면

나의 고통은 없을 것이다

그 고통의 원천은 스승이다

그 스승은 지혜다

지혜의 결과는

죽음이므로

구원에 이르기를 원하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

“만약에 몰랐다면”

이라는 세계에서......,

 

 

20100124 마법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