麗尾박인태행정사 2009. 2. 15. 08:17

사철가 국악모음

 

 

 

                                                      사철가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 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寒露朔風)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黃菊丹楓)도 어떠한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려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하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 내 한 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 번 죽어지면
북망 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滿盤珍羞)
불여생전(不如生前) 일배주(一杯酒)만도 못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 하는 놈과 부모불효 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 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 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

 

* 사철가는 판소리꾼들이 목을 풀기위해 판소리를 시작하기 전에 부르는 짧은 노래인 '단가(短歌)'중 하나이다. 이 사철가의 내용중에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이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다. 이리 짧은 인생을 살면서 부귀공명에 너무 집착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하게 만드는 서편제중 명장면이다.

* 판소리: 조선 중기 이후에 정착된 우리나라 고유의 일인 극음악. 서사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는 긴 이야기를 한 사람의 창자가 소리와 아니리, 발림을 이용하여 공연하면 한 사람의 고수가 무율타악기인 소리북을 이용하여 반주한다. 극가(劇歌), 극창(劇唱), 잡가(雜歌), 타령(打令), 창악(唱樂), 창극조(唱劇調), 본사가(本事歌) 등의 명칭으로 불리었다.

출처 : 최정렬 한국화 초대석
글쓴이 : 내 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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