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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천양희 - 비 오는 날

麗尾박인태행정사 2009. 2. 4. 17:43

 

비 오는 날


잠실 롯데백화점 계단을 오르면서

문득 괴테를 생각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생각한다.

베르테르가 그토록 사랑한 롯데가

백화점이 되어 있다.

그 백화점에서 바겐세일하는 실크옷 한 벌을 샀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친구의 승용차 소나타Ⅲ를 타면서

문득 베토벤을 생각한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3악장을 생각한다.

그가 그토록 사랑한 소나타가

자동차가 되어 있다.

그 자동차로 강변을 달렸다.

비가 오고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얼굴을 묻은 여자

고흐의 그림 '슬픔'을 생각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슬픔'이

어느새 내 슬픔이 되어 있다

그 슬픔으로 하루를 견뎠다

비가 오고 있었다......

 

출처 : 碧 空 無 限
글쓴이 : 언덕에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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