麗尾박인태행정사 2008. 11. 9. 22:35

              박인태 시인 시집 발간에 붙여

 보이는 세상이 온통 아름다움의 천지라면〈시〉가 필요 없겠지요. 여백이 없는 꽉 찬 삶이겠지요. 그러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채우지 못한 크고 작은 빈 여백을 하나쯤 지니고 삽니다. 시인은 누구나 지닌 그 여백이 유난히 커서 늘 조바심으로 사는지 모릅니다. 불완전한 시대에 남모르는 고뇌와 고통을 참아내며, 이를 극복하는 지혜를 터득하며 살아갑니다.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 박인태 시인도 다르지 않습니다. 남서해안〈다도해해상국립공원〉 아름다운 섬, 진도군 조도에서 태어나 풋풋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름다운 섬〉이란 호칭은 본시 육지 사람들이 쓰는 말이고, 세찬 바닷바람과 섬 특유의 거친 땅을 물려받아 허리 굽도록 평생 씨름하는 부모님이야 지울 수 없는 가난이 물려받은 재산이었겠지요. 이 시대, 고향이 섬이거나 두메인 지천명 나이쯤, 모두가 그랬으니까요. 넓은 바다 넘실대는 파도는 꿈보다는 장벽이었겠지요. 수평선 붉은 노을은 낭만이기에 앞서 넘기 어려운 아픔이었겠지요. 척박한 고향에 대한 애증은 역설적으로 고향을 더욱 그립게 만듭니다. 오랜 세월의 뒤안길, 시인이 아들 딸 다 키운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그 아버지 그 어머니의 가슴 시린 삶의 뒤태를 빈 여백에 채우고 싶어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언어를 찾고 있음을 들여다봅니다. 지금의 단란한 풍요의 보금자리는 척박했던 어린 시절의 고향 땅, 그 어디쯤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꽃밭인지도 모릅니다.

 자칫 거칠어지고 각박한 세상과 맞선 오랜 공직생활의 뒤안길, 시인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진실한 삶의 뒷모습까지라도 어렵지 않게 풀어쓴 유연한 문체의 첫 시집을 내 놓습니다.어둠이 오면 그림자가 내려앉고 날이 밝으면 하얀 구름이 먼저 날개를 펴는 게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시인만의 언어로 촘촘한 그물에서 고기를 건져 올리듯, 야심차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꽃대 끝에 꽃봉오리가 열리고, 꽃술이 손 내밀듯 때 묻지 않은 시인만의 조화로운 삶이 투영된 《당신이라는 나》, 농축된 한 권의 작은 시집으로 세상의 독자들은 시인의 서정적인 진솔한 꿈과 사랑, 향수에 한 박자 느린 시선을 내려놓고 행복을 맛볼 것입니다. 시인이 오래전에 섬 소년으로 자라며 쌓았던 모래성과, 흔하게 보고 자랐던 들꽃 같은 삶의 향기에 함께 취하기를 원합니다. 서로 다른 빈 여백에 어떤 채색을 할 것인지는 독자들의 몫입니다.

 시인의 주변 친지보다, 직장 동료보다 먼저 축하의 글을 드리게 됨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사회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큰 이룸과, 문학인으로서 올곧은 심지에 창작의 열정이 불꽃같이 활활 타오르기를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문학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일에 시인도 독자도 늘 풍요롭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한비문학작가
시인 夏林 안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