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콩나물의 물주기

麗尾박인태행정사 2008. 10. 23. 19:44

콩나물의 물주기


                 麗尾 박인태


잘 마른 콩이
동그래 상에 또르르 부어진다
할머니 엄니 그리고 누이
여인네들이 둘러앉아
콩에서 뉘를 개린 다
뉘만 개리는 것이 아니라
못될 성싶은 콩도 골라낸다.

 

될 성싶은 콩이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잖아
그려 싹 아지 없는 걸 개리는 거야
하기야 싹수없기로는
요새 되바라진 젊은 아이들
뉘 집 내 집 할 거 없이
요놈의 쭉정이 콩만도 못 혀.

 

정성껏 시루 속 짚 다발 위에
곱게 담아 날마다 맑은 물
뿌려 주면 곱게 자라면 좋으련만
기회만 되면 덮어둔 보자기 사이로
대가리를 밖으로 삐죽 내미는
태내 피도 덜 마른 새파란 꼴이란
속 썩히는 못된 놈 같다.

 

이놈 자식아
콩나물에 날마다 물만 준 것 같지?
그래서 말라 죽기라도 했냐
정성어린 물주기로 콩은 싹이 나고
나중에 고운 콩나물 되듯이
니들도 어미 아비 공덕으로
요만큼 자라는 것인데, 혹시나
혼자 자란 양 착각하지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