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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을 품고 있다. 섬들도 저마다 특색을 가진 문화를 이루고 있는 '섬들의 천국'이다. 류재정의 사진 '흑산도의 아침안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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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문화 |
|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고립돼 있다. 그러나 달리 보면 바다를 통해 사방으로 열려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섬은 예부터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 정체성을 고유하게 지켜내면서도 다른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하여 남도에서 끊임없이 문화의 원형질을 생산하고 이를 본토에 제공하며 교류해 온 섬은 남도문화의 뿌리를 찾아보는데 중요한 자원이 된다.
남도의 섬은 아름답다. 근·현대 개발의 바람 속에서 사람들의 때를 덜 타 깨끗함을 가지고 남겨진 섬은 신이 처음 그것을 빚었을 때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또 남도의 섬은 풍요롭다. 천지에서 발원한 백두대간이 비스듬히 흘러드는 곳이 바로 서남해안이고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드는 곳이 바로 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산물이 풍부하고 기름진 땅에 농사가 가능한 곳도 많다. 뿐만 아니라 섬은 해상으로 열려진 길을 통해 다양한 물산과 문화가 넘나들며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다양한 고급문화를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이는 섬의 특성과 버물려지고 곰삭아 남도의 새로운 상품으로 발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섬의 많은 유·무형의 가치들이 섣부른 개발과 무심한 방치 속에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 이런 상황에서 섬의 자연과 사람들이 만들어낸 고유한 전통이 유배나 정착으로 이입된 외부문화를 녹여내면서 새롭고 독특하게 빚어낸 섬 문화와 역사는 이제 새로운 접근과 해석, 보존, 창조를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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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자 '섬, 역사문화기행'의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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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삼 | 이러한 때, 남도의 대표적인 유통기업인 광주신세계의 신세계갤러리와 남도문화를 연구하고 널리 알리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사단법인 대동문화, 그리고 문화관광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조선대학교 문화관광 인력양성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예술인과 학생이 함께 남도 섬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답사·체험하고 그 결과를 3개 단체가 함께 한 권의 책, <섬, 역사문화기행>으로 발행한 것이다.
전면 컬러 130쪽 분량의 이 책자는 답사 참여자들이 느끼고 생각한 바를 각각 그림과 사진, 글로 그리고 쓴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섬들의 천국-신안’편은 동화작가 김화숙씨의 글 ‘초롱이의 섬나라 여행’과 화가 김해성, 박병춘, 이동환, 허정수씨가 붓끝으로 옮겨놓은 작품들, 그리고 사진작가 이정록씨의 앵글에 담긴 사진 등이 실려 있다.
‘남도예술의 본고장-진도’편엔 시인 천병태씨의 글 ‘남도에 끝없이 꿈을 대주는 섬, 진도’와 화가 박수만, 하성흡, 김선두, 노석미씨의 그림작품 그리고 사진작가 황지영씨의 사진작품이, ‘섬들의 해상왕국-완도’편에는 진은주 남도일보 기자의 글 ‘하늘이 준 선물 그 이상의 보석, 남도 섬’과 윤남웅, 전현숙, 유근택, 유장복씨의 그림, 그리고 박일구씨의 사진작품이 소개돼 있다.
‘푸르고 물 맑은 고장-여수’편에선 시인 이성관씨가 ‘바다가 그렇듯, 우리 가슴에도 섬 하나씩 있다’는 제목으로 글을, 한희원, 허진, 배상윤, 윤동천씨는 그림으로, 김영태씨는 사진으로 한려수도를 묘사하고 있다. 권역별로 대학생 참가자들의 기행문도 덧붙여져 있다. 참여자들의 남도 섬 문화에 대한 대담과 포토 에필로그, 여행참여 작가들의 약력 등은 부록으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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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희원의 그림 '초도의 밤'. 20×45㎝, 나무에 유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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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문화 |
| 여기에 실린 글과 그림 모두 역사적으로 기록하고 답사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한 것을 옮기는 평면적인 내용이라기보다, 현대 그리고 예술가의 눈으로 재해석한 역사와 자연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바라보는 것에서 나아가 역사적 의의나 그 속에서 삶과 문화를 일궜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자 노력한 흔적도 또렷하다.
답사를 총괄 진행한 조상열 대동문화 회장은 “답사를 통해 확인한 것은 남도 섬의 가치가 애초 기획과정에서 가졌던 이해의 폭을 넘어 너무나 넓고 깊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섬, 역사문화기행’이 섬 문화의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넘어가는 발판이 되고, 앞으로 더 깊이 있는 답사, 더 폭 넓은 체험, 더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표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7월20일부터 8월3일까지 신안(흑산도, 안좌도, 암태도, 자은도, 임자도), 진도(가사군도, 조도, 하조도, 관매도), 완도(소안도, 당사도, 보길도, 청산도, 신지도), 여수(거문도, 백도, 사도, 증도, 추도)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된 ‘섬 역사문화기행’에는 각 권역별로 화가 4명, 사진작가 1명, 문학인 1명으로 이뤄진 예술가그룹과 조선대학생 2~3명이 참여해 2박3일씩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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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의 사진 '거문도 서도 일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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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문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