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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용필을 시인이라 부르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麗尾박인태행정사 2008. 6. 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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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 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 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때문이라고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 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 조용필을 시인이라 부르자==========================================

국민 가수와 반체제 시인이 노래시합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적'의 시인 김지하가 감옥에서 풀려나 강원도 원주에서 칩거하던 1980년대 초반의 일입니다. '창 밖의 여자' 를 필두로 연달아 히트곡을 몰아쳐 한국대중음악계를 평정한 가수 조용필<사진>이 시인을 찾아왔습니다. 호형호제하던 시인과 가수는 한 술집에서 노래시합을 벌였습니다. 여러 곡을 주고 받은 끝에 노래 '촛불' 가사를 묘하게 비튼 시인 앞에서 가수가 항복했다고 전해집니다. '흐대는 훼 홋불을 히셨나요? 흐대는 훼 홋불을 히셨나요? 연약한 이 마음을 후가 후가 히히려나―!'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는 조용필은 흔히 '가왕(歌王)'으로 불립니다.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뀐 요즘 '국민가수'라는 호칭을 본인이 "소름 끼친다"며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가객'(歌客)으로 불리는 이 땅의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라는 점에서 조용필은 '가왕'으로 불릴 만합니다. 계간 시인세계가 시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기가요 10곡 리스트에서 조용필만 유일하게 2곡('킬리만자로의 표범'과 '그 겨울의 찻집':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을 올렸지 않습니까. 시 전문 비평가로 꼽히는 유성호 교수(한양대)는 노래방에서 조용필 메들리로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30대 시인들이 노래방에서 젊음을 과시하기 위해(길이가 무려 6분이나 되기 때문에 그만큼 힘이 듭니다) 경쟁적으로 부르는 명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