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이런일이/시(詩)를 위하여
[스크랩] 퇴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麗尾박인태행정사
2008. 4. 23. 14:09
퇴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윤금초(시조시인.경기대 겸임교수)
--퇴고란 무엇인가-
(퇴고:推敲밀추 두드릴고)시문을 지을 때,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침.
시문을 창작할 때 자구를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거나, 문장을 다듬는 일을 퇴고라고 한다.
퇴고라고 하는 말은 중국 당나라 시인 가도*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스님이 달빛 아래 문을 밀다--의 밀다를 두드린다로 바꿀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대문장가 *한유*를 만나 그의 조언으로 --두드린다--로 고쳤다는 고사에서 *추고*가 아닌 *퇴고*가 유래했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772--846)는 당대를 풍미했던 문장가였다.
통속적인 언어 구사와 풍자에 뛰어났으며 평이하고 유려한 시풍은 *원진*과 함께 원백체元白體로 유명하다.
그의 자는 *백낙천으로 *장한가. 비파행. 등이 있으며, 시문집에 *백씨문집*이 있다.
이 얘기는 백낙천과 얽힌 에피소드의 한 대목이 아닌가 싶다.
하루는 백낙천이 이웃 친지들, 즉 문인묵객들을 불러모아 시회를 열었다.
칠현금을 뜯어가며 시를 짓거나 시에 대한 토론, 감상, 연구 등을 위한 이 모임에서 한 제자가 백낙천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화선지에 붓만 대시면 절창인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선생님은 퇴고를 하십니까, 안 하십니까?--
백낙천: --퇴고는 무슨 놈의 퇴고! 자고로 시란 즉흥적이고 즉물적인 게야. 대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해내는 것이지. 모름지기 시란 순간의 포착이 중요한 게야. 순발력이 없으면 아예 시를 짓거나 흉내 내려 덤비지 말아야지.--
술잔이 여러 순배 돌고 흥취가 일 만큼 거나해진 백낙천이 화장실에 간 뒤였다.
백낙천이 깔고 앉았던 방석이 유난히 도도록 불거져 있었다.
시회에 참가한 문하생이 백낙천이 깔고 앉았던 방석을 들추어내자 아뿔싸!
백낙천이 갈고 앉은 방석 밑에는 그 날 발표한 백낙천의 시문 초벌 원고와 무수히 개칠을 거듭했거나 고쳐 쓴 흔적이 역력한 파지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던 것이다.
천하의 백낙천도 남몰래 그리고 무수하게 퇴고를 했다는 일화 한토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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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정목일
글을 다 쓰고 나서 정확한 문장인지,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살펴 바른 문장이 되게 바로 잡는 작업을 ‘퇴고’라고 한다. 발표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원고를 살피는 과정이므로 글쓰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작가의 마음에 들게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 해도, 오자, 탈자가 나오고 맞춤법에 맞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기 어렵다. 그런 까닭에 탈고 후에도, 적어도 서너 번에서 대여섯번 정도의 퇴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발표 후에 잘못을 발견하기 보다, 사전에 꼼꼼하게 퇴고 과정을 거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술도 오래 된 것에 맛이 들 듯, 퇴고도 가능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두고두고 보면서 고쳐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교정은 자신이 여러 번 보아도 잘못된 것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성을 지닌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갓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퇴고를 세밀하게 중요시하는 작가가 좋은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명문을 쓰는 사람들은 대개 퇴고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퇴고시의 유의 사항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부호 사용이 틀리지 않는가 살핀다. ■중복어가 없는가 살핀다. (초가집, 해변가 등) ■추상어 사용을 자제한다. ■한자어 사용을 줄인다. ■접속사를 사용하지 않아도 문장이 될 때는 삼간다. ■외래어 사용을 자제한다. ■조사의 쓰임에 유의한다. ■시제의 사용이 맞는가 살핀다. ■주어를 생략해도 좋을 곳엔 빼낸다. ■주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연결되고 있는가 살핀다. ■지나친 수식어 사용을 삼간다. ■문장의 어순은 올바른가 살핀다.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썼는가를 본다. ■문장의 길이가 적당한가 살핀다.
퇴고의 어원
조숙지변수 鳥宿地邊樹 승고월하문 僧敲月下門
당 시대 시인 가도의 서경시이다. 처음 가도가 시를 지었을때에는 승고월하문이 아니라 승퇴(堆)월화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봐도 승퇴월화문이 마음에 안들어 밀 퇴자 대신으로 생각한 것이 두드릴 고 자였다. 그러나 승고월하문으로 해보면 퇴자에 애착이 생긴다. 퇴로 할지 고로 할지 정하지 못한채 하루는 노새를 타고 거리로 나간다. 노새 위에서도 그 생각만 하다가 그만 경윤의 행차에 부딪히고 만다. 경윤 앞에 끌려간 가도는 '퇴로 할까, 고로 할까?'를 변명하게 된다. 경윤은 파안일소하고 다시 잠깐 생각한 뒤에 "그건 퇴보다 고가 나으리다." 하였다. 경윤은 당대 문호 한퇴지였다. 서로 이름을 알고 문우가 되었고 가도는 서경시의 바깥짝을 승고월하문으로 정하게 되었다. 후로 후인들이 글을 고치는 것을 퇴고라 하게 되었다.
퇴고의 진리성
소동파가 적벽부를 지었을때 친구가 며칠 만에 지었냐고 물으니 며칠은 무슨 며칠, 지금 단번에 지었노라 하였다. 그러나 동파 밖으로 나간 뒤 자리 밑이 불쑥한 데를 들춰보니 여러날을 두고 고치고 고치고 한 초고가 한 삼태나 쌓였더라는 말이 있거니와, 고칠수록 좋아지는 것은 문장의 진리이다. 또다른 중국의 문호 구양수는 퇴고를 공공연히 자랑 삼아 하며 초고는 반드시 벽위에 붙여놓고 들어가고 나갈때마다 고쳤다고 한다. 그의 '취옹정기'를 초할 때 첫머리에서 저주의 풍광을 묘사하는데 첩첩이 둘린 산을 여러가지로 묘사해보다가 환저개산야라는 다섯글자로 만족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전하는 이야기다. 도스또예프스키가 톨스토이를 부러워한 것은 재주가 아니라 고료에 연연하지 않고 얼마든지 퇴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였으며 러시아 문장을 가장 아름답게 썼다는 뚜르게네프는 어떤 작품이든지 써서는 책상속에 넣어두고 석달에 한번씩 퇴고했다고 한다. 고리끼도 체홉과 톨스토이에게 문장이 거칠다는 비평을 듣고 어찌나 퇴고를 했는지 그의 친구가 "그렇게 자꾸 고치고 줄이다간 '어떤 사람이 낳다, 사랑했다., 결혼했다, 죽었다.'이 네 마디 밖에 안 남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다. 아무튼 두번 고친 글은 한번 고친 글보다 낫고, 세번 고친 글은 두번 고친 글보다 낫다. 고금에 명문장가 치고 퇴고에 애쓴 일화가 없는 사람은 없다.
퇴고의 실제
1. 용어를 보자. 무의미한 말, 중복되는 말, 지나치게 자주 나오는 단어, 단어의 의미
2. 모순과 오해될 데가 있나 없나 보자. ex)두 처녀의 다리를 보고 두다리라고 하면 모순적이고 네다리라고 하면 산술적이다. 차라리 다리들이라고 하는 것이 낫다.
3. 인상이 선명한가?
4. 될 수 있는 대로 줄이자. 있어도 될 말을 두는 관대보다는 없어도 좋은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것이 문장에는 미덕이 된다. 스티븐 킹은 초고-10%=퇴고 라는 공식으로 글을 쓴다고 한다.
5. 처음의 것이 있나 없나. 퇴고의 실수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처음의 생각과 신선함을 퇴고로 인해 죽여버릴수 있다. 문장은 휼륭하더라도 그것은 죽은 문장이다. 퇴고의 과정에서 처음의 생각과 신선함은 꼭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ㄱ. 처음 집필시의 생각과 기분을 자기 자신에게 선명히 기억시킬것 ㄴ. 중얼거리며 고치지 말 것. 부지중에 자꾸 소리를 내며 읽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날카롭지 못하고 음조에 끌려 개념적 수사에 빠지기 쉽다. ㄷ. 앉은 자리에서 자꾸 고치지 말 것. 피곤한 머리로는 신선을 살리기 어렵다. 남의 글처럼 낯설어 질때 고치는 것이 이상적이다.
6. 이 표현에 만족할 수 있나? 없나? '내가 표현하려는 것이 이것인가. 이것으로 내 자신이 만족한가'를 따지고 내어놓아야 비로소 '자기의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장강화(이태준)
시의 퇴고(推鼓) /김철진
'퇴고'란 시문(詩文)을 지을 때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하거나 문장을 다듬고 어휘도 적합한가를 따지어 고치는 일을 말합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어원(語源)은 여러분들도 다 잘 알고 계시지요? 그러나 한 번 더 복습하는 의미에서 다시 살펴보고 갈까요? 이 말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 당(唐)나라 때의 시인 가도(賈島)가 나귀를 타고 길을 가는데 머릿속에 시(詩) 한 수가 떠올랐다. 그 시는 '조숙지변수(鳥宿池邊樹)'요 '승퇴월하문(僧推月下門)'이라, 즉 '새는 연못가 나무에 자고, 스님은 달 아래서 문을 민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짓고서 다시 문을 '민다(推)'라고 하기보다는 문을 '두드린다(鼓)'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것만 골똘하게 생각하다가 그만 당시 수도의 시장인 경조윤(京兆尹)으로 있던 대시인인 한유(韓愈)의 행차 길을 침범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가도는 한유 앞으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가도가 한유에게 행차 길을 침범하게 된 까닭을 설명하자 한유는 성냄이 없이 한참 생각하더니 "역시 '민다'는 퇴(推)보다는 '두드린다'는 '고(鼓)'가 좋겠군."하고는 가도와 행차를 나란히 하였다.
'당시기사(唐詩紀事)'에 나오는 이 고사(故事)에서 생겨난 말이 '퇴고'이며, 이 때부터 '시문(詩文)을 고치는 일'을 퇴고라고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시의 '퇴고'를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그런데 시 짓기도 어렵지만 시의 퇴고도 시 짓기보다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도 역시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시인들이 퇴고를 하면서 신경을 쓰는 부분들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며 나름대로 그 핵심을 파악하여 퇴고를 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한 강에서 그 모든 것들을 학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시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박제천 저, 문학아카데미 간)에 나오는 '시창작 수정의 실제' 부분의 목차들을 제시함으로써, 여러분 스스로가 퇴고를 할 때 과연 어떠한 점에 주안점을 두고 퇴고해야 할 것인가를 이해하도록 하겠습니다.
1. 작품의 수정에는 왕도가 없다. 2. 시에서의 화자 3. 어미 처리와 애매 모호한 표현 4. 은유와 통일성 5. 너무 많은 소재의 남용 6. 낡은 시어와 새로운 시어의 차이 7. 시는 멋있는 문장의 나열이 아니다 8. 산문과 설명 9. 시에서의 논리 10. 생각나무의 가지치기 11. 설명과 비논리성 12. 표현과 설명 13. 이중 구조를 통한 시의 다의성 갖기 14. 구체적인 사물과의 연결 15. 오브제에 충실해야 한다 16. '추상'이라는 연극의 주연 '오브제' 17. 관념과 오브제 18. 관념적인 시와 구체적인 시의 차이 19. 비유로서 피워 올리는 이미지의 불길 20. 시인의 간섭 21. 추상적인 이미지와 구체적인 이미지 22. 시는 감정의 노예가 아니다 23. 감상과 현학 24. 멋지게 쓰려는 과욕 25. 쉬운 시에 대한 오해 26. 잘못된 상징 27. 시는 영혼을 찍어낸 사진이다. 28. 창조와 모방 29. 산문시의 취약점 30. 시의 제목 달기 31. 시는 정신 세계의 싸움이다 32. 갈등의 처리 33. 내용의 전달 34. 상상력의 부족 35. 징검다리, 독자를 위한 길찾기
이 목차들을 살펴보면 여러분이 퇴고를 할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가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목차만으로는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지한 학습을 위해서는 이 책을 사서 그 내용들을 읽어 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책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럼 역시 같은 책의 '나의 시는 이렇게 고쳤다'에 나오는 글 중에서 하영이란 시인이 쓴 자기 고백적인 글 중에 시 짓기는 물론 시의 퇴고에도 도움이 될 글이 있어서 여기 옮겨 봅니다.
"시다운 시만 쓰자. 시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말자. 이성적인 자세로 시를 쓰자. 이미지나 상상력은 현대시의 모든 것이다. 다의성이 많은 언어와 언어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자.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지 말자. 어미 처리는 깔끔하게, 직유와 은유는 적절하게, 조사 하나라도 소홀하지 말자. 항상 눈을 닦고 마음을 닦고 귀를 열어 놓고 깨어 있자. 최소의 언어로 최대의 효과를 얻도록 하자. '언어의 경제성'이란 무언의 법칙이 있음을 명심하자. 퍼스나는 가능한 하나로 통일하자. 백 사람이 한 번씩 읽는 시보다 한 사람이 백 번씩 읽는 시를 쓰자. 보이는 정과 보이지 않는 정 사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균형을 이룬 시를 쓰자. 그리하여 세상의 아름다움을 께닫게 하자. 감사할 줄 알게 하자. 이런 생각들이 나를 압박한다. 압박에서 벗어나는 일은 곧 버리는 일이다. 백지로 돌아가자. 어린아이의 눈,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자."
물론 여기에 나타난 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며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시를 지을 때는 이 글에 나타난 것과 같은 생각에서 시를 짓고, 시를 퇴고할 때는 이러한 것들이 생각대로 잘 표현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여러분에게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 다음에는 이영신 시인이 쓴 '시의 퇴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씻김굿 ㅡ극락왕생
이쪽 물을 떠난다니 두 손으로 양 볼을 감싸안고 간절히 편히 가시라 귀엣말을 하고팠지만 허기를 참지 못해 얼결에 손가락으로 집어먹던 홍어 무침이며 수육 양념내, 밤이면 남자를 더듬던 이 손으로는......, 차마.
지금와서 생각하면 이 글을 쓰면서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빌었다기보다는 내 슬픔을 안으로 삭이는 것도 벅찼던 것 같다. 그 그늘에서 벗어나 의연해지기까지 얼마나 홍역을 치뤘던지. 예의 그 무덤가에서 욕설에 가까운 투정을 한 적도 있었다. '이렇게 좋은 것 못 보시고 이렇게 맛난 음식 못 잡숫고 떠나신 나의 아버지......'하는 안타까움이 아니라 나를 지켜봐 주지 않고, 한 마디 예고도 없이 떠나갔다는 것에 대한 치기어린 떼부림이었다. 그럴 수도 있는 일, 능히 견뎌낼 수 있는 일로 극복하기까지엔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가능했다.
묵묵부답
별 불만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죽청리 흰 염소에게 어느 날 갑자기 하느님이 다가가 등을 툭툭 치시더니 시한부 삼 개월 삶을 주셨습니다. 그 날부터 흰 염소는 집 앞에 면회사절이라고 써붙이고 하필 왜 저입니까 가슴 쥐어뜯으며 대들다 뒹굴다 발길질까지 했지만 그분은 그냥 바라보기만 하셨습니다. 그렇게 열흘은 분노로 또 열흘은 눈물로 나날을 떠밀어 보내던 죽청리 흰 염소, 하루는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도 쓸고 널브러진 술병도 다 치우고 깨끗이 옷매무새 다듬고 귀내까지 걸어가 둑에 앉아 하염없이 물을 바라보다 돌아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여전히 풀을 한가롭게 뜯었습니다.
참 보기 좋습니다.
이 다음에 이어지는 지은이의 시작 의도랄까 퇴고한 시에 대한 해설은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그것은 시를 읽는 여러분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강의실에 올랐던 시 한 수와 그 퇴고 시를 보면서 이 강의안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너
너는 꽃이다 너는 나무다 너는 산이다 너는 흙이다 너는 바람이다 너는 벽이다 너는 슬픔이다
네게로 흐르고 싶어 오늘도 나는 아프다
흘러도 닿을 수 없는 너 네가 흘러 와 내가 되어라
하나가 되고싶다 수혈하고싶다 너를.
'너'는 '꽃→나무→산→흙→바람→벽→슬픔'으로 확대되며 변화하는데, 여기서 내 생각으로는 '꽃→나무→산→흙→벽→바람→슬픔'으로 확대 변화되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꽃→나무→산→흙→벽'까지는 유형의 확대 변화요, 그것이 '바람→슬픔'으로 무형의 확대 변화까지 이르면 시의 묘미가 훨씬 깊어지고 의미 또한 승화될 것 같군요.
1연만 제외하면 나무랄 곳이 거의 없습니다. 2연과 3연도 좋지만 특히 마지막 연의
하나가 되고싶다 수혈하고싶다 너를.
이 부분은 빼어난 표현입니다.
너
너는 꽃이다 너는 나무다 너는 산이다 너는 흙이다 너는 벽이다 너는 바람이다 너는 슬픔이다
네게로 흐르고 싶어 오늘도 나는 아프다
흘러도 닿을 수 없는 너 네가 흘러 와 내가 되어라
하나가 되고싶다 수혈하고싶다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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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뇌졸중의재발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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