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이런일이/시(詩)를 위하여

[스크랩] 시의 외적분류

麗尾박인태행정사 2008. 3. 22. 09:49

 

@정형시[定型詩]

 

시구(詩句), 글자의 수, 배열의 순서, 운율 등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시.

자유시·산문시와는 대립되는 개념이다. 정형시에는 시어 자체에 규칙적인 음악성을 부여하는 외재율(外在律)이 있는데 자유시 안에 있는 내재율(內在律)과 비교된다. 정형시의 대표적인 예로는 서양의 소네트(sonnet)와 동양의 한시 가운데 5언율시·7언율시·시조 등이 해당된다. 소네트에는 일정한 행수뿐만 아니라 미터(meter : 格調)와 라임(rhyme : 韻)의 약속이 있고, 한시에는 자수·행수의 구별 외에 평측법(平仄法)과 압운(押韻)이 정연한 규칙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이리하여 음성률(音聲律 : 고저장단)·음수율(音數律 : 자수율)·음위율(音位律 : 압운)이라는 3가지 규칙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시형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시조도 정형시지만 한국말의 특성 때문에 음수율이 있을 뿐 사실상 완벽한 정형시라고는 할 수 없다. 현대시에서는 사회와 역사의 발전에 따른 사상·감정의 복합화로 인해 정형적 틀로는 방대한 문학적 내용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자유시를 쓰고 있는 형편이다. 정형시의 가장 큰 예술적 미덕은 '완결의 미학'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런 만큼 어족(語族)의 역사나 문학적 관습에 따라 아직도 정형시의 독자적 미학을 지키고 있는 곳이 많다.
 

@무운시[無韻詩, blank verse]

 

 

 

각운(脚韻)이 없는 약강(弱强) 5보격(步格) 시행.

영어로 된 극시(劇詩)와 산문시의 대표적 운문 형식이며, 이탈리아어와 독일어 극시의 표준형식이기도 하다. 무운시의 풍부함과 자유자재로움을 제대로 살리려면, 각 행의 강세와 휴지(caesura)의 위치를 변화있게 구사하고 언어의 변화하는 음감(音感)과 감정적 뉘앙스를 잘 반영하며, 각 행들을 내용에 따라 단락으로 묶는 시인의 기교가 필요하다.


그리스·로마의 각운 없는 영웅시를 변형·발전시킨 무운시는 다른 고전 운율과 함께 16세기경 이탈리아에 도입되었다. 이탈리아 인문주의자 프란체스코 마리아 몰차는 1514년 베르길리우스가 쓴 〈아이네이스Aeneid〉를 번역하면서 일련의 무운시를 썼다. 또 16세기에 잔 조르조 트리시노가 쓴 비극 〈소포니스바 Sofonisba〉(1514~15)와 조반니 루첼라이가 쓴 교훈시 〈레 아피 Le api〉(1539)에서도 무운시가 쓰였다. 루첼라이는 '무운시'로 번역될 수 있는 용어 'versi sciolti'를 처음으로 쓴 사람이기도 하다. 무운시는 곧 이탈리아 르네상스 극의 기본 운율이 되어, 아리오스토의 희극들과 타소의 〈라민타 L'Aminta〉, 구아리니의 〈일 파스토르 피도 Il pastor fido〉 같은 주요작품들에서 이용되었다(→ 이탈리아 문학).


영국에서는 서리 백작 헨리 하워드가 16세기초에 소네트를 비롯한 이탈리아 인본주의 시 형식들과 더불어 무운시를 들여왔다. 토머스 새크빌과 토머스 노튼은 영국 최초의 비극 〈고르보덕 Gorboduc〉(1561 초연)에 무운시를 이용했고, 크리스토퍼 말로는 〈탬벌레인 Tamburlaine〉·〈파우스트 박사 Doctor Faustus〉·〈에드워드 2세 Edward II〉등에서 무운시가 지닌 음악적 특성과 감정적 호소력을 발휘했다. 셰익스피어는 무운시를 탁월하게 구사하여 영국의 위대한 극시를 탄생시켰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들은 무운시를 운을 밟은 10음절 2행연구 및 산문과 결합시키고 있으며 음절의 길이보다 강세에 역점을 둔 무운시가 쓰이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햄릿 Hamlet〉·〈리어 왕 King Lear〉·〈오셀로 Othello〉·〈맥베스 Macbeth〉·〈겨울이야기 The Winter's Tale〉 같은 후기 희곡에서 구사한 시적 표현은 매우 유연하며 운율있는 대사를 이용해서 미묘한 인간의 기쁨, 슬픔과 당혹감 등 미묘한 감정들을 잘 전달하고 있다(→ 영국 문학).


무운시는 어느 정도 퇴조하는 듯했으나, 밀턴의 〈실락원 Paradise Lost〉(1667)에서 다시 한번 그 매력을 발산했다. 밀턴의 무운시는 어순도치, 라틴어식 단어, 다양한 강세, 행 길이, 휴지, 서술적이며 극적인 효과를 얻기 위한 단락나누기 등 다양한 기교를 구사하여 지적으로 복잡하면서도 유연성이 있다. 18세기에는 제임스 톰슨이 묘사적인 장시(長詩) 〈4계절 The Seasons〉에서 무운시를 썼으며, 에드워드 영은 〈야상(夜想) Night Thoughts〉에서 힘과 정열에 넘치는 무운시를 썼다. 또한 워즈워스는 무운시로 시 정신에 대한 일종의 자서전 〈서시(序詩) The Prelude〉(완성 1805, 출판 1850)를 썼다. 셸리는 극 〈센시 The Cenci〉(1819)에서, 키츠는 〈하이피리언 Hyperion〉(1820)에서 무운시를 구사했다. 무운시는 셰익스피어의 감정이 고양된 비극에서부터 로버트 프로스트의 〈이성의 가면 A Masque of Reason〉(1945)에 나오는 가라앉은 회화체 어조에 걸쳐 매우 융통성있게 쓰였다. 오늘날 무운시는 현대인을 과거와 이어주는 운율로서 현대인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쓰인다.


독일극에서 무운시는 고트홀트 레싱의 〈현자 나탄 Nathan der Weise〉(1779)에서 탁월하게 구사되었으며, 괴테·실러·게르하르트·하우프트만의 작품에서도 쓰였다. 그밖에 스위스·러시아·폴란드의 극시에서도 널리 쓰였다(→ 독일문학).
 

@자유시[自由詩, free verse]

 

 

 

규칙적인 운율체계에 따르기보다는 언어의 리듬과 이미지 패턴에 따라 구성된 시.

자유시가 '자유롭다'는 것은 상대적인 의미에서이다. 자유시에는 전통시가 지니고 있는 고정된 추상적인 운율이 없다. 즉 자유시의 운율은 각 행마다 있는 음보(foot)라는 전통적인 운율단위보다는 소리·단어·구(句)·문장·문단과 같은 여러 요소들에 바탕을 둔다. 따라서 자유시는 시적 표현의 인위성과 미학적 간격을 줄이면서 대신 현대적 표현에 어울리고 언어의 평범한 어조에 어울리는 유동적인 형식구조를 쓴다.


자유시라는 말은 월트 휘트먼과 그보다 전에 불규칙 운율을 실험한 시인들의 시에도 적용되지만, 본래 1880년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운동의 이름인 베르 리브르(vers libre)를 문자 그대로 번역한 말이다. 자유시는 20세기초 영시에서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베르 리브르의 영향을 받은 초기의 영국 시인들은 T. E. 흄, F. S.플린트, 리처드 올딩턴, 에즈라 파운드, T. S. 엘리엇 등으로 프랑스 시를 연구한 사람들이었다. 1912년 영국에서 올딩턴, 파운드, 플린트, 힐다 둘리틀이 시작한 이미지스트 운동은 운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지만, 그 운동의 원칙 중 하나는 '메트로놈의 순서에 따라 시를 짓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악구(樂句)의 순서대로 시를 짓는 것'이었다. 자유시 운동은 두 부류로 나누어졌는데 한쪽은 에이미 로웰이, 다른 한쪽은 형식을 중요시한 파운드가 이끌었다. 자유시를 실험한 엘리엇의 초기 작품들은 영시의 형식적인 운율구조를 느슨하게 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칼 샌드버그, 윌리엄 칼러스 윌리엄스, 메리앤 무어, 월리스 스티븐스 등은 몇 가지 다양한 형태의 자유시를 썼다. 그중에서도 윌리엄스와 무어의 운율은 프랑스 자유시 시인들의 운율과 가장 흡사하다.
 

@다음 검색=펌

출처 : 월간 한비문학
글쓴이 : 꽃편지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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