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어느 노인의 임종
麗尾박인태행정사
2008. 3. 13. 22:00
어느 노인의 임종
麗尾 박인태
범상치 않는 인물이라서
좋아라, 동네서 동네로 시집가시어
남보다 행복 하려 했단다
세상이 시기하고 신이 노 하였을까
불혹을 넘기지 못한 지아비는
딸 둘 아들 셋을 남기고 먼저 가시고
편모슬하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
도둑질 말고 모든 궂은일 다하시어
겨우겨우 제 살길로 보냈더니
모질도록 매정한 가난은
아린 생인손처럼 자식이 대물림하고
그 모든 원망은 노인에게 돌아갔다
가슴 치며 두들겼던 모진 아픔이
해묵은 가뿐 해소되어 피가래를 삼키다,
삼키다가 자지러지기를 여러 번
아가야 나 죽으면 빚을 지겠구나
오줌 자려 미안하다, 고운 눈 감으실 적
눈물 젖은 꼬깃꼬깃 지전 20만원 쥐고 계셨네.
※ 할머님의 아름다운 일생을 기리며……, 사랑합니다.
2008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