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엔 고기 없어 채소 반찬이 판을 치고
부엌엔 땔나무 없어 울타리가 녹아 나누나
며느리 시어미는 한 그릇 밥을 나눠 먹고
부자간에 나들이 할 땐 옷을 바꾸어 입는구나.
날이 어둑해지자 김삿갓은 어느 부잣집을 찾아갔다.
마침 마당을 쓸고 있는 머슴이 보여 불러 내어 말했다.
"나는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인데
날이 어두워 이 댁에서 하룻밤 신세를 질까하니 주인어른께 전해주게."
그말에 머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우선 머리부터 가로저었다.
"저는 그 말씀을 전해 올리지 못합니다."
"아니 왜 전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저희 주인 어른께서는 손님들을 맞아들이는 데 까다로우시니
직접 찾아가 보시지요."
머슴의 야기를 들어 보니
이 집 주인이 손님을 맞을 때 이마를 만지면 귀한 손님이니
푸짐한 저녁상을 차리라는 표시이고
코등을 만지면 보통 손님이니 적당히 대접해 보내고
수염을 쓸어 내리면 귀찮은 손님이니 쫓아버리라는 표시였다.
김삿갓은 이 말을 듣고 주인 영감에게 찾아갔으나
영감은 초라한 형색의 그를 아예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때 하인이 달려와 주인의 분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삿갓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영감님 이마에 모기가 앉았습니다."
그러자 주인영감은 이마를 비볐다.
그 모양을 본 하인이 무척 귀한 손님인줄 알고
상다리가 휘어지게 저녁상을 차려왔다.
김삿갓에게 당한 주인영감은 이튿날 아침
자신이 부엌으로 가 직접 조반상을 차렸다.
시커먼 보리밥에 반찬은 짠지와 간장
"저 노인네가 어제 내게 속은 것이 분해서 미리 선수를 쳤구나.."
그렇다고 화를 낸다면 선비로서 체통이 서지 않는 일
아주 맛있게 아침밥을 먹은 뒤 작별을 고하려고 영감에게 찾아갔다.
"하룻밤 잘 머물다 갑니다. 제가 가진 게 없어 드릴 것은 없고
시나 한수 지어 드리고 갈까 합니다.
"그렇게 하시구려."
영감은 아직도 시큰둥한 얼굴이다.
김삿갓은 곧바로 붓을 들어 단숨에 시를 써 내려 갔다.
天脫冠而得一点
천탈관이득일점
乃失杖而橫一帶
내실장이횡일대
천(天)자가 모자를 벗고 점을 하나 얻어 달았고
내(乃)자는 지팡이를 잃고 허리에 띠를 둘렀구나
주인 영감은 이게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뜻은 무엇이었을까..
한번 알아 맞추어 보시지요.
뜻은 내일 알려 드리겠습니다.^^*
위의 明川은 명천마을엔 생선이 많이 나는 곳인데
상에 생선 한마리 없는 고약한 인심을 보며
지은 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