麗尾박인태행정사 2007. 10. 23. 13:53

봄과 동무


기억하기 싫은

추위와 굶주림의

어두운 겨울을 버텨낸 내 동무야

청춘을 잃어버렸다 한탄만 하지 말고

이 봄에 얼굴 한번 보세


새벽밥  먹고

십 여리 떨어진 초등학교 가는 길

겨우내 헐어진 누더기 갈아입고

까만 고무신 신고 내달리면 날을 듯 상쾌했지

마을 어귀서 만난 동무들 더 보고파라


거짓말로 

받아낸 시험지 값으로

십리사탕 사서 한 웅큼 입에 넣고

뉘볼까 불알 떨어지게 달릴때

가슴은 콩당 거려도 마냥 달콤했었지


여보게 동무

자넨 옛적 너무 못 먹어

먹는 일에 열중 하였는가

이제 보니 분명 사장이로세

내 기억 속 옛 모습은 아니지만

만나면 바로 육두문자로

에라... 이 뚱땡아

허허... 사돈이 남 말하기는


옛 노래에 이르기를

봄은 오고 가련마는

가는 내 청춘 다시 오지 아니하니

동무들아 오늘 저녁

소주나 한잔 어떠한 가

나이 비슷한 마담과 어깨동무하고

진한 농 건네면서 허허 함께 웃어 보자

휴대폰은 진동이 좋겠구먼..

 

 


2007. 5. 2(퇴근시간을 생각하며...)

여미   박인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