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마누라
麗尾박인태행정사
2007. 9. 14. 13:32
마누라
麗尾 박인태
26년 함께 살아온 세월
가진 거 없는 작자 만나
고생 많이 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아들 딸 낳아 행복 했습니다
모르는 여자 전화란 걸 알면서
문 닫고 혼자 술 마시고
장남이 무슨 죄 지었냐고
시어머니는 다른 집에 보내라 하십니다
건강 걱정 고맙다가도
나 아프면 병수발 못한다고 하니
당신이 무슨 말을 할까봐
무서워집니다
그래도 더 무서운 것은
늦은 밤 문 열고 들어가서
당신이 집에 없을 때랍니다
어쩌다
술 먹고 늦게 들어오면
어느 년하고 처먹었냐고
눈도 주지 않는 사람이
시어머니 못 본다고 어제는 그러고서
때밀이 붙여 함께 목욕 시키시는 당신
속상해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했다며
순대 사가지고 들어올 때
마누라 기분도 못 맞추고
텔레비전만 보는 내 곁으로 와서
소리 없이 소파에 걸터 앉아줄 때
많이 고맙더이다
26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모르는 것 너무 많지만
나를 이해해주기 바라지 않을래요
이제 내가 당신께 기대어 살아야지요
이대로만 살아도 행복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