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여미리가 싫다

麗尾박인태행정사 2007. 8. 18. 09:44
 

 

여미리가 싫다


                               

19062

                                         麗尾 박인태


여미리가 싫다

허름한 그 곳에서 태어나서 싫다.

태어난 것이 내 탓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곳에서 태어나서 싫다.


여미리가 싫다

너무 싫다

붙여먹을 땅 덩어리 좁아서 싫다

그래 어렸을 적 날마다 배고팠기 싫다


여미리가 싫다

꿈에서라도 싫다

마른 샘물 기다리는 것이 싫고

학교 멀어 숙제할 시간이 없어 싫고

새벽이슬 맞으며 여객선 타려가던 것이 싫다


여미리가 싫다

지겹도록 싫은 것은

아무리 멸치 많아 잡아 삶아 말려도

우리 집은 부자가 못되는 것이 싫다

아무리 미역 많이 캐 내다 팔아도

목포 부자 상회 빚 못 갚는 것이 싫다


여미가 싫다

일하기 싫을 때면

배때기에 두드러기 나서 근지러워서 싫고

짠 냄새 가시지 않은 바지 못 벗어서

가랑이에 부스럼 나는 것이 싫다


너무 싫다

섬이 싫다

이제 더 여미리가 싫어지는 것은

잠자리에 누워도 생각나서 싫다

싫어서 떠나왔는데 생각나서 싫다





※ 여미리는 필자의 고향으로 전남 진도군 조도면(섬마을)

   본 필자의 아호(麗尾)도 고향마을 음을 사용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