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스크랩] 고추잠자리

麗尾박인태행정사 2007. 8. 14. 16:47
고추잠자리


                          麗尾 / 박인태

여름 한가운데
도시의 가로 옆
땡볕에 고개를 쳐든 빨간 코스모스
소녀의 모자장식 리본 주위를 맴도는
고추 색 보다 더 화려한 고추잠자리

자유와 분방
아무 수컷과도 아슬아슬한 공중교미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 체
둥그런 하트 문양을 날리면서
수컷 가슴주위 부생식기의 정자를 자극 한다

가을을 좋아하여
붉은 수수와 붉은 고추를 닮은 아름다움
이제 성급한 인간 군상들처럼
열려진 장독 고추장에 취해
빨간 혼인 색에 취해 수줍음을 잃었다

허수아비와 친구하고
가을이슬을 좋아하던 고고함
이제 다른 수놈을 찾아 바삐 또 움직이고
아무렇지 않은 듯
수초도 없는 오염된 웅덩이 위
지저분한 파문을 일으키며
제 알을 여기 저기 떨어뜨린다

거미줄이 있는지 살피지 않는
그 빨간 꽁지에 긴 명주실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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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도시의 공터에 만개한 코스모스와
무리지어 하늘을 비행하는 고추잠자리를
보면서 도대체 여름과 가을의 구분을 잃은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출처 : 여미리를 아시나요
글쓴이 : 여미(麗尾)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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