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 지피기

2017. 7. 6. 08:04나 그리고 가족/자작시

군불 지피기

 

                                  麗尾박인태

 

춥고 가슴이 허할 땐,

군불을 때서 구들을 덥혀야 하는 것.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있으면

부지깽이 타들어 가는 줄 모르고 졸다

사타구니 후끈 데워져 깨어나는

불 잘 들어가는 겨울엔 그게 행복이여

 

아지랑이 요상한 춤을 추면

아궁이 불도 잘 타지 않고

연기 폴폴 뱉으며 비비꼬아 눈물를 재촉한다

자주 아궁이 밖으로 불 혓바닥을 날름거림은

밥이나 겨우 지으라는 거여

 

여름 되어봐

이 무더위에 불은 뭐 할라고

처넣고 그러냐고 누구 쩌 죽일 거냐고

틈만 보이면 아궁이 밖으로 기어 나오니

불 때는 사람 조심해야 혀

굴뚝도 덥다 숨을 헉헉 거릴 때면

억지 불 넣지 말고 이참에 고래 소제나 할 판

 

이런 저런 하찮은 군불 지피기가

자연의 섭리라니

사람 사는 이치도 별반 다르지 않아

때 맞춰 사는 것 그게 인생이라네.

 

 

'나 그리고 가족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추행범이 되다  (0) 2017.07.26
고 권정생 아동문학가를 추모하다  (0) 2017.07.11
鳥島 섬휘파람새  (0) 2017.06.07
하롱베이(下龍灣)  (0) 2017.05.08
[스크랩] 40년이 지난 후  (0) 2017.03.28